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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인터뷰]"자유는 공짜가 아니다…유엔 참전용사 희생 인식해야"-정종필 부산국제교류재단 사무총장
작성일 2021-09-03 | 조회수 3645

부산국제교류재단, 시민참여형 '롤콜 캠페인' 전개
정종필 사무총장 "추모에서 나아가 글로벌 어젠다 선도하는 국가 돼야"


정종필 부산국제교류재단 사무총장이 1일 부산 연제구 국민연금부산회관 13층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9.2/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지난달 27일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정부·기관 활동을 지원했던 현지인과 가족 등 390명의 국내 이송, 이른바 ‘미라클(기적)’ 작전이 모두 마무리됐다.

인도의 온라인 매체 '뉴스18'은 작전명 미라클, 아프가니스탄 현지인들의 한국 수송 작전에 대해 ‘세계의 모범’이라고 보도했으며, 영국 BBC의 서울 주재 한 특파원은 자신의 SNS에 “한국이 존경스럽다”는 소감을 남겼다. 


많은 국민들은 이번 미라클 작전에 대해 자부심을 느꼈을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70년 전 한국전쟁 당시를 떠올린 시민들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전쟁 당시 한반도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2311명의 UN군 장병들이 부산 UN기념공원에 잠들어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부산시와 부산국제교류재단은 지난 2019년부터 유엔의 날(10월24일)을 시작으로 약 3주간은 ‘유엔위크(UN Week)’로 지정해 UN군 참전용사의 헌신과 희생을 알림과 동시에 감사를 표하고 있다.

정종필 부산국제교류재단 사무총장은 지난 1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부산은 한국전쟁 당시 임시수도로서 마지막 보루였으며, 부산을 통해 유엔군이 들어와 국토 수복의 발판이 된 지역이다”며 “특히 유엔 역사상 유엔군이 잠들어 있는 세계 유일의 유엔기념공원이 소재한 지역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참전용사들을 유엔기념공원으로 초대하면 발전된 한국의 모습을 보고 자신들의 희생이 보답받은 것 같다며 고맙다고 말씀하신다”며 “반면 부산시민이나 대한민국 국민들은 유엔 참전용사와 유엔기념공원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말이 있다”며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매 시간, 모든 장소의 많은 행복들이 그들의 희생으로부터 온 것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국제교류재단은 지난해부터 실시한 ‘롤콜행사’를 올해는 공모전 형식의 시민참여형으로 진행, 참전용사의 헌신과 희생을 널리 알린다는 방침이다. 특히 다음 세대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엽서 공모전’을 실시해 고귀한 희생이 세대를 이어서도 계속 기억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정 사무총장은 희생자들에 대한 감사와 추모에서 더 나아가 우리정부의 이번 미라클 작전과 같이 세계평화와 세계대전환의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희생자들에 대한 감사와 추모는 매우 중요하지만 우리의 생각이나 사고가 70년 전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 안된다”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데 만족하지 말고 희생자들의 바람대로 미래의 세계 아젠다를 이끌어 나가고 글로벌 이슈에 대응하는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산이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기술, 경제, 문화 올림픽인 ‘2030 월드엑스포’를 유치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우리가 단순히 ‘감사할 줄 아는 국가’에서 나아가 ‘글로벌 아젠다를 선도하는 선진국’으로 도약하자는 메시지가 내재되어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 사무총장과의 일문일답.

-부산 유엔위크와 롤콜행사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달라.

▶부산 유엔위크는 지난 2019년부터 시작한 행사로, 유엔의 날인 10월24일을 시작으로 11월11일 턴투워드 부산 행사를 종착점으로 하는, 대략 3주간 유엔관련 각종 행사를 진행하는 기간이다. 세계평화 중심도시 부산의 이미지를 브랜딩하는 행사로 앞으로 부산을 대표하는 세계행사로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리멤버 롤콜 행사는 유엔위크 기간 중에 실시되는 행사로, 한국전쟁 중 한반도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유엔기념공원에 잠들어 있는 2311명의 유엔군 장병들의 이름을 직접 부르며 감사와 추모의 마음을 담는 행사이다.

유엔기념공원은 오늘날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도록 희생한 분들이 영면한 곳인 만큼 그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감사를 표시하고 추모하는 것은 의미 있는 행사라고 생각한다.

-유엔 참전용사를 추모하는 ‘부산 유엔위크’는 부산시가 지정해서 운영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부산은 한국전쟁 당시 임시수도로서 마지막 보루였으며 부산을 통해 유엔군들이 들어와 국토수복의 발판이 된 지역이며, 유엔역사상 유일했던 유엔군이 잠들어 있는 세계 유일의 유엔기념공원이 소재한 지역이다.

참전국 관광객들은 우리나라에 오면 부산에 있는 유엔기념공원을 꼭 찾는다. 그만큼 국제사회에서는 유엔기념공원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부산시민들이나 우리 국민들에게는 인지도가 낮은 상황이다.

롤콜캠페인 등 유엔위크 기간 동안 진행되는 행사에 부산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세계평화 중심도시 부산으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데 기여해 주기를 기대한다.

정종필 부산국제교류재단 사무총장이 1일 부산 연제구 국민연금부산회관 13층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9.2/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올해는 단순히 이름을 부르는 롤콜행사가 아닌 시민들을 대상으로 공모전 형식의 캠페인을 진행한다.

▶작년에는 유명인사들이 희생자의 이름을 부르는 방식으로 진행했으나, 올해에는 누구나 인스타그램 릴스 영상을 통해 롤콜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디지털시대와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는 동시에 시민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확대했다.

특히 차세대 주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엽서를 직접 작성토록 하여 고귀한 희생이 세대를 이어서도 계속 기억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모인 영상이나 엽서 같은 메시지는 어떠한 방식으로 참전용사들에게 전달되나.

영상공모전을 통해 모인 11초 내외의 롤콜 영상을 3분 내외의 영상으로 제작해 유엔의 날 기념식 등 여러 행사에서 상영할 예정이다. 또 오프라인 롤콜 엽서는 참전용사 사진을 촬영하는 라미 현 작가와 재단이 함께 진행하는 ‘리멤버 히어로즈’ 사진전에 전시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유엔기념공원이나 출신국가 대사관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앞서 라미 현 작가는 ‘프로젝트 솔져’라는 이름으로 참전용사에 대한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다. 이번에 열릴 ‘리멤버 히어로즈’ 사진전과의 차이가 있다면.

▶라미 현 작가는 생존해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사진과 영상을 찍어 기록을 남김으로써 그들의 헌신에 감사를 표했다. 이번에는 라미 현 작가의 작품과 유엔군 전몰용사를 추모하고 기리는 학생들의 엽서를 함께 전시함으로써 전사하신 분이나 생존해 계신 분이나 모두 똑같은 우리들의 영웅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려고 한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1년이 지났다.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이 잊히지 않도록 기억하고 이어가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우리나라도 타국의 평화를 위해 파병한 경험이 있지만 월남전 외에는 직접 전투에 참여한 사례는 없다. 이로 볼 때 외국의 평화를 지키기위해 전투에 참여하다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는다는 것은 당사자들에게는 인생의 전부를 잃는 것이고, 가족들에게도 큰 슬픔과 고통이 되었을 것이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말이 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매 시간, 모든 장소의 많은 행복들이 그들의 희생으로부터 온 것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저도 해외근무를 할 때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위한 행사에 많이 참여했고, 한국으로 초대하는 행사도 많이 추진했다. 이분들의 한결같은 반응은 자신들의 참전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는데 한국에서 유일하게 감사하다고 해줘서 오히려 고맙다고 하신다. 또 한국에 왔을 때 산업화·민주화된 모습을 보고 자신들의 희생이 보답을 받은 것 같다며 고마워하신다. 즉 양측이 쌍방향으로 모두 감사를 표하는 유대감을 가지고 있다. 유엔기념공원에 잠들어 계신 유엔군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므로 대한민국을 자랑스러운 선진국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그들의 희생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국제평화를 위해 일반(부산)시민들이 할 수 있는 노력이 있다면.

▶단순히 전쟁이 없는 소극적 평화뿐 아니라 글로벌 이슈를 해결하는 보다 적극적인 평화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한다. 현재 유엔과 국제사회의 목표는 지속가능 개발목표(SDGs) 17개에 함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세계가 대전환의 시기를 경험하고 있는 만큼 부산시민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새로운 시대(탄소중립, 4차 산업혁명, 글로벌 파트너십 등)에 대응하려는 노력을 강화해 주기를 기대한다. 부산이 대한민국을 대표해 기술, 경제, 문화 올림픽인 ‘2030 월드엑스포’를 유치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가 단순히 ‘감사할 줄 아는 국가’에서 나아가 ‘글로벌 아젠다를 선도하는 선진국’으로 도약하자는 메시지가 내재되어 있다고 본다.

-롤콜 캠페인에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올해에는 코로나와 디지털 시대에 대응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동시에 시민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확대하는데 주력했다. 댁이나 학교에서 간편하게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오늘의 자유와 평화를 존재하게 한 유엔군의 희생을 되새기는 동시에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세계대전환의 선도도시’로서의 각오와 다짐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한국전쟁 참전국가는 물론이고 부산에 체류하는 외국인들과의 관계에도 관심을 가져 부산이 세계도시로 도약하는데 적극 참여해 주기를 기대한다. 부산의 경우 태생적으로 세계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그러나 우리가 문호만 개방해 둔다고 해서 세계화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전략을 가지고 총력을 기울일 때만이 성공할 수 있다. 월드 엑스포 유치의 성공 여부가 그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인 만큼 모두가 힘을 모아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chego@news1.kr


기사링크 : https://www.news1.kr/articles/?4422678

기사출처 : 뉴스1 부산·경남